영화 초속5센티미터 줄거리 스토리 리뷰를 진행해 보려고 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으로어린 시절, 간절했던 사랑이 지금은 추억, 그 이상의 의미밖에 품고 있지 못해도 아쉽지 않아 하는 주인공 타카키. 찰나의 시간이라도, 아련함을 전하는 그녀의 흔적을 통해 자신이 가던 길을 담담히 걸어간다.
벚꽃이 떨어지는 이야기
벚꽃이 떨어지는 속도는 초속 5센티미터. 눈꽃처럼 흩날리는 벚꽃 잎을 보면서 꼬마 아카리는 이 말을 하자마자 골목을 달려 나간다. 뒤를 쫓는 타카키는 그런 아카리를 마음속 깊이 좋아하는 아이다. 훌쩍 철도 건널목 너머로 뛰어든 아카리는 벚꽃 비를 막아내듯 우산을 펴며 수줍게 그리고 환하게 타카키에게 말했다. "내년에도 같이 벚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어느새 시간을 훌쩍 지나가고 타카키에게 보내는 아카리의 편지로 초속 5센티미터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제는 중학생이 된 두 사람. 그러나 같이 봄을 보내자는 약속과는 달리 아카리의 전학으로 둘은 멀리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사계절, 상냥하게 전하는 아카리의 편지가 타카키에겐 가슴 시리게 다가올 때 즈음 타카키 역시 도쿄를 떠나 저 멀리 가고시마로 전학을 가게 된다. 즉, 아카리가 있는 토치기와 더욱 떨어지게 된 것이다. 도쿄에 있는 지금도 아카리를 보기 힘든데 일본의 서쪽 끝자락, 가고시마로 간다면 그녀를 볼 수 있는 길은 더욱 어려워진다. 타카키는 전학을 가게 되었다는 답장과 함께 그전에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아카리가 사는 토치기의 이와후네에서 말이다. 약속의 3월 4일 봄의 냄새를 품고 있는 숫자와는 달리 이상하게 바깥은 비가 내리는 날씨였다. 저녁부터 눈으로 변한다는 심상치 않은 예보까지 있는 상태였다. 타카키는 오래전부터 준비한 이와후네로의 여정을 점검하고는 그녀를 만날 생각에 들떠 도심부의 전철역으로 향한다. 처음 타보는 장거리행 전철 여로이기에 변덕스러운 날씨가 얼마나 무서운지 이때까지만 해도 타카키는 몰랐다. 빗줄기는 차갑게 얼어 하얗게 변해가기 시작한다. 전철의 창가 바깥으로 타카키는 거세지는 눈발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혼자서 와보는 신주쿠. 이미 이와후네로의 길은 수십 번, 아니 수백 번도 확인한 뒤였지만 그래도 타카키는 쉬이 마음을 놓지 못한다. 그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건 혹시 모를 지연에 대한 불안감만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아카리를 이제는 만날 수 있다는 설렘과 그녀의 전학을 웃으며 보내주지 못했던 미안함도 함께 교차하고 있었다. 이와후네의 중간기점인 오야마로 향하는 열차가 늦어지며 타카키는 초조해하기 시작한다. 8분, 10분 점차 늦어지는 열차는 아예 중간에 멈추어 서버리기까지 한다. 원망스러울 정도로 늦어지는 전철은 타카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 역마다 기약 없는 정차를 한다. 환승역,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초조함을 겨우 버텨 나가던 타카키는 아카리를 만나면 전해줄 편지를 바람결에 잃어버리곤 울컥 울음을 겨우 삼켜낸다. 약속시간인 7시를 훌쩍 넘은 9시를 향해 달려가는 시계. 이제는 울음도 참을 수 없게 돼버린 타카키는 미안한 마음에 사무쳐 차라리 아카리가 자신을 기다려주지 말고 어서 집으로 돌아갔기를 바랄 뿐이었다. 결국 타카키가 목적지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20분이었다. 역사도 전등 빛도 얼마 남지 않은 늦은 시간, 타카키는 터벅터벅 그 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순간 멈칫하고 마는데 역사 대기실에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아카리였다. 나지막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타카키를 보곤 아카리는 말없이 그의 코트를 붙잡고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원망의 눈물은 아니었다. 고작 4시간의 기다림쯤은 1년을 넘었을 그리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둘은 단출하지만, 생에 가장 맛있었을 밤참을 함께 나누어 먹는다. 난로의 따뜻한 온기보다는 서로가 함께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두 사람의 몸은 이미 녹아 있었다. 역사를 빠져나온 두 사람은 소복이 쌓인 눈길을 지나 아카리가 이끄는 대로 걸어간다. 어느새 거대한 벚나무가 그들의 앞에 있었다. 아직 벗어내지 못한 겨울의 차가움에 앙상히 마른 가지를 드러낸 벚나무였지만 그들에게는 과거 어린 시절 풍성한 벚꽃을 가득 안은 나무와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맞추는 두 사람. 너무나도 따스한 첫 키스. 타카키의 품에 뛰어든 아카리를 살포시 안아주며 타카키는 만감이 교차한다. 그리곤 두 사람은 주변에 있던 작은 헛간으로 들어간다. 모포를 덮은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두 사람은 마치 첫 키스의 그때처럼 누가 먼저인지도 모른 채 슬며시 잠에 빠지며 그렇게 하루를 같이 보낸다. 동녘이 터 오르는 아침. 첫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타카키는 도쿄행 전차에 몸을 맡긴다. 타카키를 전송해 주는 아카리의 눈은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였지만 그녀는 애써 힘찬 말로 타카키를 응원하며 그를 떠나보낸다. 첫 키스의 그때 이후로 어딘지 세상이 달라져 버렸다는 타카키는 이제는 연착이 야속하지 않을 전차 안에서 그녀를 지킬 힘을 가지고 싶다 간절한 마음을 다져낸다. 이른 봄, 설원을 지나는 전차는 그런 소년의 마음을 태운 채 달려 나간다.
Astronaut(우주비행사)
스쿠터를 등교하는 소녀. 시골길의 마을은 정겹기만 하다. 검게 그을린 살갗이 보여주듯 이 지역은 꽤나 더운 남쪽의 섬이다. 소녀의 이름은 카나에. 학교에 도착한 그녀가 황급히 뛰어간 곳은 타카키가 활을 쏘고 있는 궁도장이었다. 수줍게 그와 인사를 나눈 카나에는 한눈에도 타카키를 좋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친구들까지 다 알 정도였으니 말이다. 카나에는 자신의 마음을 쉽게 고백하지 못하는 처지가 답답했다. 타카키에게 고백하는 걸 누군가 막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건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 때문에 반년 전부터는 파도타기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카나에의 유일한 낙은 궁도연습이 끝날 때까지 타카키를 기다리며 그와 함께 하교하는 것. 같이 가자 먼저 말해주는 타카키의 상냥함에 행복감을 느끼는 카나에. 그러나 좋아하는 마음이 커나갈수록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괴로움은 점점 커져갈 뿐이었다. 카나에의 이런 망설임은 하굣길 편의점에서 늘 사 먹는 음료수에서도 잘 드러났다. 한 번에 딱 자기 취향의 커피우유를 고르는 타카키와 달리, 카나에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겨우 음료를 고르곤 한다. 마실 음료를 고르는 것도 이 정도인데, 진로희망조사서에도 칸을 채우지 못한다. 무얼 해야 할지,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르는 아이. 그게 스미다 카나에라는 소녀였다. 그러던 어느 날, 홀로 귀가하던 카나에는 도로변에 멈추어 있는 낯익은 스쿠터를 하나 발견한다. 타카키의 스쿠터였다. 하루라도 타카키를 보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청춘인지라 카나에는 황급히 스쿠터의 주인을 찾아 언덕을 올라간다. 어둠이 짙게 깔린 하늘을 간지럽히듯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언덕 위에 홀로 앉아 있는 타카키를 쓸며 지나가고 있었다. 익숙한 듯 그의 옆에 앉은 카나에. 둘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카나에는 이 대화 속에서 자신도 몰랐던 타카키의 일면을 발견한다. 고민도, 망설임도 없을 것 같던 타카키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어디로 갈지 몰라 늘 헤매기만 한다는 사실을. 그저 할 수 있는 걸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을 뿐이라는 그의 말에 카나에는 동질감과 함께 자신감을 얻는다. 그간 고백하지 못했던 심리적인 거리가 성큼 좁아짐을 느꼈다. 어느새 타카키와 자신이 같다고 느낀 카나에는 조급함을 떨쳐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매번 실패하던 파도타기도 성공하고, 뭘 고를지 망설이던 음료수도 성큼 집어낼 수 있게 되었다. 카나에는 이제야말로 고백을 하리라 다짐한다. 파도타기를 성공하던 그날,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한 번에 고르던 그날. 그날이 아니라면 다시는 고백을 하지 못하리라는 걸 잘 알기에 카나에는 그렇게 편의점을 나온 순간 타카키의 옷깃을 당기며 말을 꺼내려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좋아한다는 몹시도 짧은 말은 결국 카나에의 입에서 튀어나오지 못했다. 고장 난 스쿠터를 세워두고 함께 카나에의 집에까지 걸어가 주려는 타카키의 상냥함에, 카나에는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사랑하지만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타카키가 원망스러워 울컥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그리고 그 순간, 외롭고도 고독한 항해를 위해 비행체 하나가 하늘을 향해 쏘아가듯 굉음을 내뿜으며 날아가고 두 사람의 시선을 빼앗았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굣길이지만 이제 카나에는 타카키의 위치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다가가려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사람. 자신에게 너무나도 잘해주지만 자신과는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 자신이 타카키에게 바라는 게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임을 알고 있기에 카나에는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웅크린 채로, 타카키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내일을 향해 잠이 든다.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을 다시 한번 더...
다시 시간이 흘러, 3월의 어느 날. 성큼 어른이 되어 버린 타카키는 벚꽃이 떨어지는 도쿄의 골목길을 걷고 있다. 움츠린 듯, 힘없이 기차 건널목을 건너는 타카키 옆으로, 누군가 지나가간다. 순간 뭔가를 느낀 타카키는 잠시 건널목을 건너는 내내 생각에 잠긴다. "지금, 되돌아보면 분명 저 사람도 되돌아볼 것이라고 강하게 느꼈다." 찰나의 고민이 끝나고 타카키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벚꽃이 떨어지는 이야기"에서 처럼 건널목을 빠르게 지나가는 전철이 그의 앞을 가로막는다. 그 시절 이후, 어떤 반짝임도 없이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타카키는 헤어진 애인이 보낸, 후회 가득한 문자에도 간단한 대꾸조차 하지 않은 남자로 변해있었다. 삶의 거친 파도에 밀려 이리저리 떠밀리다 지친 타카키. 어디에서 잃어버린 건지 이미 그의 마음 한 구석은 텅 비어 있는 상태. 마시다 남은 맥주 캔과 까닭 없이 흘러내리는 눈물만이 그런 그의 상태를 말해주는 전부였다. 언제 사귀고 헤어졌는지 모를 옛 애인의 문자가 텅 빈 그의 마음을 더욱 삭막하게 만들었다. 텅 빈 삶 속에서 내지르던 발버둥도 점차 지쳐 잦아들 때 즈음 그렇게 타카키는 건널목의 한가운데서 돌아보면 눈이 마주칠 것 같은 여인과 조우를 하게 된 것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전철이 너무나도 느리게 느껴지는 순간. 타카키는 완전히 몸을 돌려 건널목 너머의 그녀를 찾아보려 했다. 전차가 지나가면 그녀는 자신을 봐주고 있을까? 그들은 다시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을 다시 한번 더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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