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업에 대한 스토리 리뷰를 진행해 보려고 한다. 죽은 아내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마지막 여행을 떠난 칼과 천진난만하고 엉뚱하지만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가진 러셀이 들려주는 가슴 벅찬 이야기. 보고만 있어도 그 분위기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행복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먼 훗날의 약속
모험가를 선망하는 귀여운 아이 '칼'. 상상 속 모험에 푹 빠져있던 아이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목소리를 따라 폐가로 들어가 본다. 상상 속 모험에 푹 빠진 소녀의 이름은 '엘리'. 비행선에 무임 승선한 칼을, 불같이 몰아세운다. 쾌활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엘리와는 달리 칼은 낯을 꽤나 가리는 성격이었지만 엘리에게 선물 받은 탐험가 배지는 그들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었다. 모험심으로 똘똘 뭉친 칼과 엘리는 숱한 밤들을 두근거리는 모험 이야기로 지새곤 했다. 최고의 탐험가인 '찰스 먼츠'. 발견되지 않은 신비한 생물들의 온상인 남아메리카 오지를 최초로 탐험 한 그는 탐험가를 꿈꾸는 아이들에게는 우상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의 성공을 의심하는 자들도 있었다.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 남아메리카 파라다이스 폭포로 떠난 찰스. 그 이후 그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엘리는 파라다이스 폭포에 가보는 게 꿈이었고 칼에게 데려다주지 않겠냐며 말을 건넨다. 언제가 될지 모를 먼 훗날의 약속은, 두 사람의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다.
첫걸음을 떼기까지
그렇게 찬란했던 찰나 같은 시간이 지난 오늘. 엘리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칼 할아버지. 혼자라는 게 낯설 때도 있지만 집안 곳곳에 남아있는 엘리의 흔적들은 이전과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재개발이 된 마을을 제외하고 말이다. 엘리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집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 싶을 뿐인 칼에게 누군가 찾아오게 된다. 학교 야생 탐험대 대원인 '러셀'은 탐험대 배지를 모으고 있었고, 상급 대원이 되기까지 딱 한 개의 배지가 더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노인 돕기 배지. 딱히 도움도 필요 없고, 러셀이 귀찮은 칼은 본 적도 없는 도요새를 잡아달라고 요청한다. 그렇게 러셀을 돌려보내고 집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건설사 직원의 실수로 칼과 엘리의 우편함이 망가져버렸다. 의도치 않게 건설사 직원을 폭행한 칼은 결국 법정까지 가게 되고 칼의 환경과 전후 사정을 고려해 칼에게 내린 판결은 여생을 양로원에서 보내라는 것이었다. 심란한 마음으로 짐을 싸려던 칼은 우연히 엘리의 모험 책을 보게 된다. 파라다이스 폭포 옆 작은 집을 지어 살고 싶어 했던 엘리. 정작 그녀의 모험은 시작도 못했다는 생각에 깊은 한숨을 내쉬던 칼은 그 어릴 적 엘리 앞에서 그랬던 것처럼 마음에 맹세를 해본다. 다음 날 양로원 직원들이 찾아오게 되고 가방을 먼저 맡긴 채 정든 집과 이별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다. 그때, 앞마당 전체를 가리는 거대한 그림자. 몇 개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정도의 수많은 풍성들은 칼의 집 전체를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첫걸음을 떼기까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꿈을 이루기에 늦은 나이란 없었다. 엘리의 꿈을 대신 이뤄주기로 한 칼. 목적지는 당연히 파라다이스 폭포였다.
파라다이스 폭포
평화로운 하늘과, 그보다 더 평화로운 표정의 칼. 그런데 그때 들려서는 안 될 노크소리가 들렸다. 도요새를 잡기 위해 집 베란다에 숨어있었고, 집으로 들어온 뒤 무섭지도 않은지 쉴 새 없이 재잘대는 러셀. 러셀을 내려주기 위해 풍선을 끊어내던 칼은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그것은 바로 거대한 적란운이었고, 순식간에 거대한 폭풍에 휩쓸리고 만다. 엘리와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이 깨질까 위험을 무릅쓰고 받아내는 칼 하지만 끝내 정신을 잃고 만다. 어디까지 날아온 건지 온통 구름밖에 보이지 않았다. 칼은 러셀을 내려주기 위해 풍선 줄을 끊었고 서서히 집은 구름 아래로 내려갔다. 몇 시간 뒤면 땅에 도착한다고 말하는 순간, 거대한 바위가 나타났고 순식간에 착륙이 되면서 칼과 러셀은 밖으로 튕겨져 나가고 만다. 풍선이 아직 많이 달려 있던 집은 그대로 하늘로 날아가버릴 뻔 하지만 러셀의 도움으로 간신히 위태로운 자세로 집과 연결된 줄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안개가 걷히고, 바라본 그곳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바로 그곳은 파라다이스 폭포가 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폭포를 눈앞에 두고도 오도 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집을 매단 채로 폭포로 가보자는 러셀의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배지를 받아야 하는 이유
장면이 바뀌면서 잠시 갖기로 한 휴식 시간 러셀은 무언가를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할아버지가 잡아달라고 했던 도요새의 발자국이었다. 러셀에게는 노인 돕기 배지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드디어 마주친 도요새는, 도요새 치고는 그 사이즈가 만만치 않았다. 도요새를 찾았다는 러셀의 말에 장난인 줄 알았던 칼은 공룡과 같은 위협적인 모습에 경계를 한다. 하지만 새는 러셀을 마음에 들어 한다. 새에게 이름까지 지어 준 러셀의 고집으로 동행하게 된 도요새 '케빈'. 예상치 못한 사람의 목소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 다가가보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웬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난다. 강아지는 주인이 말 들어준 통역기를 사용해 사람의 말을 할 수 있었다. 주인에게 새를 잡아오라는 명령을 받은 개의 이름은 '더그'였다. 새의 흔적을 찾고 있는 더그의 동료들도 있었다. 하지만 순해빠진 더그를 왕따 시키던 개들은 그가 새와 함께 있다는 걸 알고 추적을 시작한다. 귀찮게 따라오는 케빈과 더그를 떼놓으려 속도를 높이는 칼. 남아있을지 모를 젖 먹던 힘까지 짜내 가며 잠시 동안이나마 소싯적 힘을 내본다. 어느덧 날씨는 비가 오고, 학교 야생 탐험대 대원이지만 이제껏 텐트 한번 쳐보지 못한 러셀. 아버지에게 가르쳐 달라고 말하는 칼. 그리고 자신의 가정환경을 말해주는 러셀이었다. 러셀의 아버지는 이혼 후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날이 갈수록 러셀에게 소홀해져만 갔다. 그런 아빠를 그리워하는 러셀은 배지를 받으면 수여식 때 아빠들이 달아주기 때문에 배지를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러셀이 안쓰럽게 느껴지는 칼이었다.
연민과 책임감에 대한 염증
다음 날 아침, 케빈을 잡기 위해 더그의 위치추적기를 따라온 개들은 칼과 러셀을 자신의 주인에게 데리고 간다. 해칠 듯이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한 무리의 사냥개들. 이 많은 개들을 부하로 부리는 사람의 정체는 바로 찰스 먼츠였다. 어릴 적부터 아내와 자신의 우상이었던 전설적인 탐험가 찰스 먼츠를 만나게 된 칼은 반가움을 숨기지 못했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찰스의 비행선은 그 옛날 동경하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비행선 내부에는 찰스의 인생이 담긴 희귀한 화석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자신이 왜 아직까지 이곳에 남아있는지 그리고 마지막 목표를 알려주는 찰스. 그것은 바로 도요새였다. 즉, 케빈을 잡아 자신의 업적을 완성하려는 찰스인 것이다. 그의 광기 어린 눈빛에 케빈에 관한 이야기를 함구하려는 칼이었다. 새의 정보를 감추려는 칼에게 찰스는 이제껏 자신의 계획을 방해했던 자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말해주며 순순히 정보를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좋지 않은 타이밍에 돌아온 케빈. 칼은 탈출을 감행한다. 위험에서는 벗어났지만 케빈은 부상을 입었다. 집에 데려다 주자는 러셀의 말에 풍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칼은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 곧 러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쉬지 않고 걸은 지 반나절, 케빈의 표정이 한껏 밝아보였다. 그런데 그때 끈질기게 따라온 찰스는 케빈을 포획하게 되고, 등불을 들고 어디론가 가더니 칼의 집에 불을 지른 뒤 케빈을 데리고 사라진다. 엘리의 분신과도 같은 집. 살아생전 그녀의 소원이었던 파라다이스 폭포에 데려다주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울분을 토해낸다. 잠깐 동안 빠져있던 연민과 책임감에 염증을 느낀 칼은 애초 목표했던 곳을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집은 집일 뿐이야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엘리의 꿈을 대신 이뤄준 칼. 발목을 붙잡던 현실이란 이유 앞에 자신의 꿈은 항상 뒤로 미뤄야 했던 엘리 생각에 칼은 마음이 아려왔다. 엘리의 모험책에 이제껏 넘겨보지 않았던 뒤 페이지를 발견했고 무엇인가가 적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칼과의 지난날들의 추억. '당신과의 모험 고마웠어, 이제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나." 엘리는 결코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게 아니었다. 칼과의 행복했던 하루하루 그 자체가 그녀에겐 가슴 뛰는 모험들이었다. 러셀을 찾기 위해 집을 나온 칼은 케빈을 찾으러 가겠다는 러셀을 발견한다. 그를 돕기 위해선 집을 띄워야 하는데 이제 얼마 없는 풍선으로는 집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래서 칼은 집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애지중지하던 엘리와의 추억이 가득한 물건들을 밖으로 내동댕이 쳐버린다. 엘리가 남긴 말처럼, 새로운 모험을 위해 이전 것들은 적당히 놓아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찰스의 비행선에 접근한 러셀은 우여곡절 끝에 침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바로 발각되어 버린다. 자신의 계획을 방해하는 자에겐 어린아이라도 자비란 없는 찰스. 하지만 칼은 위협에 처한 러셀을 구하는 데 성공하고 케빈을 구하기 위해 비행선을 수색한다. 그 와중에 찰스와 마주치게 되고 서로 싸우기 시작한다. 우여곡절 끝에 찰스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되고 대신 그 과정에서 칼의 집은 저 멀리 날아가버린다. 유감이라는 러셀의 말에 "집은 집일 뿐이야."라며 이제 더 이상 미련이 없는 듯 미소를 짓는다. 엘리의 꿈을 이뤄주지 못했다는 자책에 얽매여 있던 칼은, 그녀가 열어준 새로운 모험의 길로 두근거리는 발걸음을 다시 내디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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