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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인생 연구회 갑작스러운 죽음

by 수줍은청년 2023. 3. 11.

소울

인생 연구회

그레이트 비욘드 '인생 연구회'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태어나지 않은 어린 영혼들이 지구에서의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여러 성향이 합쳐져 완전한 성격을 갖추고 나면, 지구로 향하는 포탈을 이용해 비로소 '사람'으로 탄생하게 되는데 한 가지 '필수적인' 조건이 있었다. 그건 바로 '스파크'라고 불리는 '강력한 동기부여'. 지구상의 모든 직업들을 체험해 보거나 누군가의 인생 속 감동적인 순간을 느껴보는 방법으로 '스파크'를 얻을 수 있었고 최종적으로 '지구 통행증'을 얻을 수 있었다. 모든 성격이 갖춰진 영혼들이 스파크를 얻을 수 있도록 분야에 관계없이, 살아생전 뛰어난 업적을 이뤄 '위인'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영혼들이 그들의 멘토로 1:1 매치가 되었다. 위인과 매치과 될 22번으로 불리는 이 영혼은, 간디나 마더 테레사와 같은 위인들이 멘토로 붙었었음에도 스파크가 생기기는커녕 오랫동안 지구로 가길 거부해 왔었다. 22번의 멘토를 맡게 된 보겐슨 스타인 박사의 영광스러운 인생의 순간들이 펼쳐진 공간. 다른 멘토들과 별 다를 게 없는 일장연설을 늘어놓기 전, 헛수고하지 말라며 삶의 대한 무의지를 확고히 표현하는 22번. 노벨상까지 수상한 세계적인 아동심리학자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 궁금하던 찰나 22번의 멘토는 비욘 보겐슨이 아니었다. 또 멘토는 더더욱 아니었다. 이런 말을 듣고 새로운 방식의 접근에 한껏 비웃는 22번. 다른 삶을 보여줄 방법이 있는지 물어봤고 어떤 기계에 그의 손을 인증하자 보겐슨 박사와는 거리가 먼 극히 평범한 남성의 인생이 펼쳐졌다. 이 남자의 이름은 '조 가드너'. 음악을 했던 아버지에 손에 이끌려 아프리카계 미국인 문화에서 탄생한 음악인 '재즈'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 첫 만남에 자유롭고 정열적인 이 음악이 앞으로 자신이 가게 될 길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꿈을 좇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중학교 음악 선생님이었던 그는 자신이 원하던, 화려한 무대의 뮤지션과는 거리가 있었다. 마지막 자신의 인생의 모습은 병실에 누워 있었고, 가드너는 그 광경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갑작스러운 죽음

화려한 무대 위를 갈망했던 조는, 음악을 전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중학생을 지도하는 계약직 음악교사였다. 수업 중 그를 불러낸 교장선생님은 조에게 기뻐할 만한 소식이 있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 음악 선생님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조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복잡한 심정이었다. 음악을 쫓으며 일생을 가난하게 살다 세상을 떠난 그의 남편처럼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엄마. 그 이유 있는 강압이 아들에게 향할 때면, 조가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수긍의 대답뿐이었다. 조의 옛 제자 '컬리'는 유명 재즈 음악가인 '도로시'의 밴드 멤버가 되었고 그 밴드에서 실력 있는 피아노 멤버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직 자신의 꿈은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져본다. 그녀와 함께 무대를 서게 된다는 건 그의 꿈을 이루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디션을 보러 온 조는 이 기회에 어떤 것이든 증명해내야 한다고 다짐한다. 익숙하게 도로시의 즉흥연주를 따라가는 멤버들과 서툴지만 빠르게 그 자리를 잡아가는 조의 연주, 무심하게 맡겨지는 조의 솔로 타임. 당황한 조였지만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연주를 계속한다. 음악과 하나가 되어버린 그의 육체와 정신은 말 그대로 무아지경이었다. 결국 조는 오디션에서 합격하고 공연장에서 보자는 도로시의 말에 환호한다. 중학교 음악교사로 막을 내릴 것 같던 자신의 인생에 갑작스레 찾아온 꿈을 좇을 길 앞으로 마주하게 될 조의 앞날은 무수한 기회와 설레는 가능성들로 가득할 것 같았으나 귀가하던 중 맨홀 구멍에 발을 헛디뎌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난생처음 보는 장소였고 형용할 수 없는 웅장한 기운에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그레이트 비욘드' 사후 세계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후세계

그의 영혼을 삼키려 점점 다가오는 사후세계를 피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던 조는 차원의 벽을 찢고, 정의할 수 없는 끝없는 어둠 속으로 떨어진다. 그렇게 인생 연구회에 도착하게 된 것이었다. 죽음을 피해 도망쳐 온 조를 초대받은 멘토라고 착각한 '제리'는 우주의 모든 양자화된 영역에 동시에 존재하며 저능한 인간의 뇌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며 자기소개를 한다. 그리고 조를 행사장으로 안내한다. 어떻게든 죽음을 피해야 했던 조는 멘토를 하기 싫다면 사후세계로 돌아가도 좋다는 제리의 말에 손에 잡히는, 누군지도 모를 이름의 명찰을 차고서 행사장으로 들어간 것이었고 동시에 22번 영혼의 멘토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지구로 가기 싫어하는 22번의 배지를 이용하려 해 보지만 그 배지는 어떤 식으로든 22번과 떨어지지 않았다. 조가 지구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구 통행증을 얻는 것이었다. 필사적으로 태어나기 싫어하는 22번에게 지구 통행증으로 바꾼 뒤 자신에게 달라는 조의 제안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다양한 직업들을 체험해 보며 22번의 스파크를 찾아보려 하지만 그 어떤 일말의 동기부여도 생기지 않았다. 조가 필사적으로 죽음을 피하는 사이, 사후세계에서 영혼들의 수를 관리하는 '테리'는 무언가 이상이 있음을 감지한다. 한편 스파크를 얻는데 실패한 22번은 조를 끌고 어디론가 향한다. 조의 삶에 대한 열망에 호기심이 생긴 22번이 그를 끌고 간 곳은 '육체와 정신, 그 사이의 공간' 즉, 무아지경 공간이었다. 22번의 소개로 만난 '문윈드'는 길을 잃은 영혼들을 지구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육체와 연결이 끊어진 조가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얕은 곳'을 찾아 항해 나아가는 문윈드의 함선. 지구와 가장 가까운 얕은 곳에 도착한 그들은 곧바로 지구와의 연결을 시도한다. 누워있는 자신을 눈으로 확인한 뒤, 생명의 징후는 점점 강해져 갔고 의도치 않게 22번과 함께 지구로 떨어진 조는 눈을 떴을 때 병실에 함께 있던 고양이 몸속으로 들어가게 됐고 조의 육체에는 22번이 들어가 있었다. 병원을 탈출하려는 조와 22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위드를 찾아가야 했다. 한껏 긴장한 채로 병원을 나가는 22번은 생각보다 더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지구의 환경에 당황하고 만다. 잔뜩 겁을 먹어버린 22번은 걸음을 포기해 버린다. 조는 그런 그를 걷게 하기 위해 오감을 자극하기로 한다. 피자를 훔쳐와 22번에게 건넸고, 처음 맛보는 환상적인 맛에 22번은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음식으로 22번을 꾀어내어 결국 문윈드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무아지경 속에 있던 문위드를 흔들어 깨운 뒤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둘의 영혼을 원위치시키기 위해서는 지구와 영계의 통로가 가장 얕은 시간대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 시간은 저녁 6시 30분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들

그들은 도로시와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기에, 몸을 바꾸기 전 집으로 가 공연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도착한 조와 22번. 말끔하게 차려입은 22번은 머리를 다듬기 위해 고양이 조가 자신의 육체에 이발기를 갖다 대지만 실수로 인해 결국 단골 미용실로 향하게 된다. 의도치 않은 사고로 조의 담당 미용사인 '데즈'에게 머리를 맡기게 되었다. 애들용 사탕을 먹으면서 처음 맛보는 단맛에 기분이 좋아진 22번은 데즈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얘기를 한다. 아득한 세월 동안, 가히 위인이라고 불리는 멘토들의 영향을 통해 그동안 체득한 원초적인 삶의 갈등, 지혜들을 술술 풀어내는 22번. 그런 22번을 보고 수의사가 되고 싶었다며 속마음을 털어놓는 데즈. 그리고 평소 재즈 이외의 것들은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조와의 신선한 대화가 반갑기만 한 데즈였다. 그 이후, 22는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는 걸 느낀다. 양복을 수선하기 위해 들리게 된 어머니의 수선집. 뮤지션의 길을 극구 반대하는 어머니에게만큼은 공연 소식을 절대 알려서는 안 됐다. 하지만 그 소식은 이미 어머니 귀에 들어간 상태였고, 안정적인 음악교사의 길을 마다하고 힘든 뮤지션의 길을 가려는 조를 이해해주지 않는 어머니였다. 고양이 상태에 있는 조는 혼잣말로 어머니는 내가 인생에서 뭘 하고 싶어 하는지 전혀 이해해주지 않는다며 읊조렸고, 22번은 그 소리를 어머니에게 전달한다. 일을 벌인 김에 그동안 참아왔던 속마음을 털어놓기로 한다. 조는 음악은 본인이 생각하는 전부이자 삶의 이유라고 말한다. 처음으로 느낀 아들의 심정에 목이 메던 어머니는 고이 보관해 놓았던 양복 한 벌을 꺼낸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의 옷이었고, 가장 아끼던 남편의 옷으로 아들의 앞날을 응원해 주기로 한 어머니였다. 조의 몸 안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경험한 22번은 이번에는 가만히 앉아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조그마한 삶의 동기부여조차 생겨나지 않던 22번은, 그녀를 맡았던 숱한 멘토들은 삶의 목적이 없는 것 자체를 문제라고 여겨왔고 그 세월이 반복될수록 어쩌면 상처받지 않기 위해 스스로 태어나기 싫어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왔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 지구와 영계가 가장 가까워진 시간대에 그들의 영혼을 원위치시키려 문윈드가 도착한다. 그런데 그때 22번은 자신의 스파크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며 거부한다. 도망가던 22번과 쫓는 조는 지하도를 지나자마자 어찌 된 일인지 몸과 영혼이 분리가 된다. 그들을 잡으러 온 '테리'가 쳐놓은 덫에 걸린 것이었다. 다시 인생 연구회로 돌아온 22번과 조는 말싸움을 벌이고, 그녀의 가슴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지구 통행증을 발견한다. 제리의 중재로 잠시 허락된 작별의 시간에도 22번의 스파크는 오로지 자신의 덕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조. 사후 세계로 돌아가려던 조에게 22번은 지구 통행증을 던지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렇게 조는 지구 통행증을 이용해 지구로 돌아갔고, 자신의 육체를 찾은 이후에는 그 어떤 것도 신경 쓸 겨를이 없이 자신의 꿈의 무대를 향해 달려간다. 어떠한 대가를 치러서든, 누군가 어떠한 대가를 치르게 되더라도 꼭 서고 싶었던 오늘의 꿈의 무대는 그의 기대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짜릿해 보였다. 공연이 끝난 뒤, 다음엔 어떻게 되는 거냐는 조의 물음에 내일 밤 다시 돌아와서 모든 걸 또 한 번 하는 거라는 도리시. 꿈을 이룬 하루가 반복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고 생각했던 조. 한평생 원했던 뮤지션으로서의 성공은 결코 그를 완성시켜주지 못했다. 집에 돌아와 피아노 앞에 앉은 조는 평생을 눌러왔던 건반이지만, 오늘은 그 소리가 왠지 더 쓸쓸하게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조의 눈앞에 들어온 22번이 모아둔 잡동사니들, 별거 아닌 그 물건들을 통해 22번이 자신의 육체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들은 지나쳐온 자신의 인생의 여정들을 바로 볼 수 있게 해 줬다. 음악적 성고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실패한 인생이라고 여겨왔던 그 생각이 너무나 무색하게도 매 순간 그의 인생은, 잊고 살았던 순간의 감동과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구 통행증

22번에게 큰 실수를 했단 걸 깨달은 조는 그녀를 만나기 위한 연주를 시작했다. 무아지경 속으로 들어온 조는 항해 중이던 문윈드를 만날 수 있었고, 그는 충격적인 소식 하나를 조에게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22번이 잃어버린 영혼이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조를 마주하는 게 괴로운지 계속해서 도망가는 22번. 조는 포기하지 않고 22번을 쫓아가고 결국에는 22번의 내면 속에 들어가게 된다. 그 안에는 그동안 22번에게 상처가 되었던 말들이 형체화 되어 그녀를 점점 옭아매어가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큰 상처는 바로 조였다. 그때, 자신의 품에 들어있던 단풍나무 씨앗을 발견한 조. 여전히 괴로워하는 22번에게 다가가 단풍나무 씨앗을 그녀의 여린 손에 쥐어준다. 조의 따뜻한 위로에 그동안 받았던 상처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22번에게 지구 통행증을 달아주는 조. 그러면 조는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괜찮다며 지구 통행증을 22번에게 건네준다. 그리고 조는 미안함과 불안함에 망설이는 22번의 손을 잡고 가능한 곳까지 배웅해 준다. 복잡한 심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다 괜찮을 거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눈빛으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녀를 안심시켜 준다. 그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살아있음의 아름다움을 흠뻑 머금어 봤던 22번은 분명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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