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외비 줄거리 스토리 리뷰를 진행해 보려고 한다. 이원태 감독의 새로운 정치 누아르 영화이며 전 작품인 '악인전'에서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한국식 누아르 장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그리고 '대외비'라는 요소를 통해 어떻게 영화가 진행되는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주인공의 선택권
우선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영화 속에서 조진웅 배우가 연기한 '전해웅'은 진실과 명예를 좇다가 큰 배신을 당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보자는 심산으로 복수를 다짐하는 캐릭터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보자는 심산으로 복수를 다짐한다.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는 비운의 캐릭터인데, 이 해웅이라는 캐릭터는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이 바닥에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렇게 하거나 저렇게 하거나 둘 중 하나다."라는 의미 심장한 대사를 치거나 혹은 이런 말들을 누군가에게 들으면서 영화는 그 두 가지 선택권을 쥔 채로 해웅이 변화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기 시작한다. 이때 개인적으로 좋았던 포인트는 그 두 가지의 선택권을 모두 보여 주려고 하는 점이었다. 해웅의 자신만만한 표정과 결정으로 무언가를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이 스크린에서 계속 묘사되고 있긴 하지만 두 가지 선택권을 제시받았음에도 한 가지를 뚜렷하게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것은 즉, 해웅의 내면 속에는 가족이라는 요소들을 통해 스스로 발목을 잡아 놓고 이것을 필두로 최소한의 도덕만큼은 남기고 싶어 하는 어영부영한 선택의 반복이 잇따른다는 점에서 조금의 양심이라도 지키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감추기 위해 더욱 강력하게 철판을 깔고 들이대는 전해웅이라는 캐릭터를 조진웅 배우가 얼마나 잘 소화했는 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 마저도 영화가 후반으로 갈수록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했던 가족이나 도덕 따위도 결국 이 바닥에서는 다 부질없다는 느낌의 진행 방식이 그들만의 세계와 현실 세계를 확실하게 대비되도록 만들어줬다.
무엇으로부터 권력이 만들어지는가
다음은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권력의 탄생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영화 '대외비' 속에서 이성민 배우가 연기한 '권순태'는 부산의 모든 정치와 돈 그리고 권력을 뒤에서 담당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인물이다. 그리고 그에 맞서는 전해웅은 김무열 배우가 연기한 '김필도'를 비롯하여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권순태와 전해웅의 양옆을 오가며 언제든 편이 바뀔 수도 있는 팀전을 벌이게 되는 것이 주요 흐름이다. 이 과정에서 무엇이 권력인가에 대한 주제를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일단 기본적으로 권순태는 이미 권력이 있는 인물이고 전해웅은 '대외비'를 통해서 권력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인물이라는 차이점이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해웅을 도와주는 입장의 인물들이 늘어날수록 시스템에 저항하는 힘이 커지는 것이 기본적인 구성이지만 이 영화에서의 권력은 단물이 빠지면 쳐낼 수 있는 아군이 얼마나 많은가에 대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만약 해웅이 그럴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시대적 배경에 맞게 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이런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으로부터 권력이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포인트가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이것을 권순태를 통해 돈으로 묘사하거나 해웅을 통해 타인의 심리를 이용하는 선동으로 묘사하고 있다. 물론 믿음과 명예 같은 이야기도 있겠지만 누아르 장르이기 때문에 순진해서 당할 수 있는 불리한 도구 정도로만 묘사되고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한국식 정치 누아르물
이렇듯 이 영화는 이원태 감독의 전 작인 '악인전'에서 보여준 누아르를 등에 업은 판타지라는 다소 비현실적인 스토리 진행을 보여주고 있지만 악인전은 어디까지나 '대외비'에 비하면 희망 편에 가까울 정도의 영화였다. 악인전은 나쁜 경찰과 조폭의 공조를 통해 연쇄 살인범을 잡는 단순한 스토리였다면 '대외비'는 92년대 시대상을 매섭게 풍자하는 절망 편에 훨씬 가까운 영화였다. 게다가 정치라는 주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판타지라는 표현의 개념이 납득이 가면서도 모호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다. 말도 안 되는 뒷세계의 이야기라고 치부하기는 쉬우나 이것이 그동안 제작되어 온 한국식 정치 누아르물에 빗대어 봤을 때, 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온 스토리 흐름상 악인들이 주공인 피카레스크식 구성으로 인해 모두가 파멸을 자초하거나 결국 악한 자들은 처벌받게 된다는 권성징악으로 깔끔한 결말을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이 영화는 예상한 것 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보여줬다. 조폭이 나오고 정치물에서 반전이라고 해봤자 서로 배신하는 게 전부라는 이미지 때문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한국식 누아르였지만 관객들을 찝찝하게 만드는 결정 덕분에 과정은 말 그대로 판타지라고 표현해도 무관하지만 결말만큼은 이게 현실인 것일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이것은 92년대 당시 불법 선거가 난무하던 시대상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뿌리가 뽑히지 않은 것들이 현재를 이어주고 있다는 생각으로 이 영화를 관람한다면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영화였다. 영화도 그걸 알고 있다는 듯이 관객들이 원하는 조폭, 정치물 형태의 킬링 타임물로 진행되지 않는 것이 그 증거일 수도 있겠다. 오히려 제삼자 입장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는 것 같아서 불편하고 지루한 느낌도 들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허구의 스토리라는 것이니 참고하여 영화를 관람하면 될 것 같다. 그 당시 어딘가에서는 실제로 비슷하게 일어났을 수도 있지만 이 영화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그때 그 시절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한 시민 의식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더 이상 이런 주제의 영화가 마치 역사책 나열 하듯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선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테니 지금 살아가는 모든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더 나아가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희망적으로만 보려고 하는 것 같을 수도 있지만 '대외비' 영화를 통해서 보통 해피 엔딩이 판타지고 배드 엔딩이 현실에 더 가깝다는 생각에 한 표를 던져 주는 영화인 것 같아서 오히려 지금 당장 이 순간조차도 중요하게 생각해 봐야겠다는 입장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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