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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아이, 비가 내리는 도시 맑음 소녀

by 수줍은청년 2023. 3. 4.

날씨의 아이

영화 날씨의 아이 줄거리 스토리 리뷰를 진행해 보려고 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동화 같은 느낌이다. 제물이 되는 소녀와 세상이 아닌, 그녀만을 택한 소년의 이야기. 영화를 보면서 진정 무언가를 가질 수 있는 자격은 진정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에서부터 나오는 것이라는 여운으로 스토리 리뷰를 진행해 보겠다.

비가 내리는 도시

우중충하게 비가 내리는 한 여름의 도쿄. 병실을 지키고 있던 한 소녀는 창 밖으로 보이는 신비한 풍경에 눈을 돌린다. 호우의 와중에 유독 폐건물 옥상 한쪽만 따사로운 빛이 쬐이고 있는 광경이었다. 저곳은 어딜까? 치밀어 오르는 궁금증에 소녀는 한 걸음 힘차게 내달리며 신비의 장소로 다다른다. 건물의 옥상에는 작은 신당과 함께 붉은 신사의 문, 토리이가 있었다. 기도를 하며 신당으로 나아가는 소녀는 문을 지나자마자 자신을 가득 채우는 물의 기운을 느끼며 이미 맑아진 도쿄의 창공을 헤엄쳐 나간다. 장면은 어느새 거대한 물의 공간 바다로 바뀌어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쿄로 가는 여객선에 몸을 맡긴 소년의 이름은 호다카 비행과는 거리가 먼 순박한 가출소년이다. 강렬히 내리치는 비를 구경하고자 선상에 오른 호다카. 이때 바다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듯한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진다. 그리고 이때 하마터면 폭우에 밀려 바다에 빠지려던 호다카를 구해준 사람이 있었다. 약간은 뺀 질 하게 생긴 사내의 이름은 '스가 케이스케' 그는 여객선이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호다카의 가출행을 꿰뚫어 보고 명함 한 장을 건넨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연락하라는 든든한 말과 함께..

 

가출소년 취업하기!!

화려하다 못해 상냥하기까지 한 거리 가득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간판 위의 호객 문구와는 달리 비 내리는 도쿄는 혈혈단신 열여섯 살의 소년이 기댈 곳도, 맘 둘 곳도 마땅치 않은 삭막한 세상 그 자체였다. 이윽고 가진 돈도 다 떨어져 버린 호다카, 혹시나 하는 기대로 '스가'가 준 명함의 주소를 찾아간 그는 스가가 사장으로 있는 K&A 플래닝의 조수로 전격 채용된다. 16살의 호다카가 학교에 다니고 있는 미성년자임을 알고도 스가는 호다카를 새로운 직원으로 받아준다. 가출 소년의 신변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부모의 동의가 없는 미성년자 채용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지만, 이렇듯 굉장히 위험한 채용임에도 스가는 호다카에게 '도시괴담전설'을 수집해 잡지 기사를 써보라는 임무까지 내주고 호다카가 쓴 기사를 골똘히 보더니 망설임 없이 그를 채용한다. 숙박은 물론 끼니까지 해결해 준다는 말에 갈 곳 없는 호다카는 흔쾌히 스가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렇게 호다카의 또 다른 도쿄생활의 새로운 막을 열게 된다.

 

맑음 소녀

바쁘게 기자조수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호다카. 정보수집과 취재를 위해 도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그는 어느 날 호스트 양아치에게 붙잡혀 있던 한 명의 소녀를 발견한다. 옛날 배고픈 자신에게 햄버거를 무료로 나눔 해주었던 그녀였다. 곤경에 처한 그녀를 도와주기 위해 달려가보지만 호스트는 어른이라 호다카 혼자서는 제압하기 힘들었다. 험난했던 가출생활 도중 우연히 발견한 권총을 남몰래 소지하고 있었고 가짜 총이라 놀리듯 호다카를 협박하는 양아치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정의구현을 해준다. 굉음과 함께 총소리가 빗줄기를 타고 주변에 전해진다. 총소리와 함께 정신줄을 놓아 버린 양아치를 피해 소녀는 호다카의 손을 잡아끌며 힘차게 도망친다. 어느새 폐건물로 도망친 두 사람, 서로에게 미안한 감정뿐이지만 먼저 용기를 낸 것은 소녀 쪽이었고 잠시 따라와 보라고 말은 건넨다. 그녀가 데리고 간 곳은 폐건물 옥상 위의 신비로운 신사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소녀는 "이제 곧 맑아질 거야"라고 말을 하며 하늘을 향해 기도를 한다. 이윽고 거짓말 같이 바뀌는 도쿄의 하늘풍경, 장대 같은 장맛비가 멎고 파란 창공이 속살을 드러낸다. 호다카가 취재 속에서 숱하게 들었던 '맑은 소녀'가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그제야 소녀는 수줍게 자신의 이름을 말해줍니다. 그제야 소녀는 수줍게 자신의 이름을 말해준다. '히나...'

창업을 해보자!!

소년과 소녀는 급속도로 친해진다. 동시에 그들은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된다. 얼마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히나는 남동생 '나기'와 함께 살고 있는 소녀가장이었다. 보호자 없이 아이 두 명만 살아가고 있는 이 둘은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로부터 보호가 아닌 위협을 받는 가정이었다. 부모도 없이 아이 둘 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며 이들을 각기 다른 위탁가정으로 보내려는 행정당국의 방침에 히나와 나기는 흩어질 위험에 쳐해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경제사정이 절실했던 히나. 하지만 앞서 일한 패스트푸드 알바에서도 잘린 그녀였기에 사정은 더욱 막막했다. 가출소년이라는 특이한 이력으로 누구보다도 그녀의 사정에 공감하고 있던 호다카는 그녀에게 솔깃한 제안을 한 가지 한다. 날씨를 조종하는 맑음 소녀의 능력을 알았으니 이를 활용해 돈을 벌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다. 처음엔 망설이던 그녀도 적극적인 호다카의 제안에 휘말려 이를 받아들이고 만다. 내친김에 전용사이트까지 만들어 의뢰까지 받는다. 생각 외로 사업은 나날이 번창한다. 벼룩시장의 개최자는 물론 야외 결혼식, 운동회, 코스프레 행사, 천체관측까지 비 밖에 없는 도쿄였기에 맑은 날씨를 원하는 수요는 늘 넘쳐났기 때문이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며 또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호다카와 히나에겐 점차 돈보다 맑음으로 행복해진 사람들의 들뜬 표정이 더욱 값진 보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계속되는 위기

공원에서 딸과 함께 놀아주기 위해 맑게 개인 날씨를 원하던 아버지의 의뢰를 끝으로 날씨조종사업을 마무리 지으려 하는 호다카와 히나. 공원에서 마주친 의뢰자는 놀랍게도 스가였다. 단순히 평범한 아저씨인 줄 알았는데, 스가 역시도 남몰래 딸을 데려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가슴 저민 가정사가 있는 아버지였다. 소년과 소녀의 마지막 의뢰는 의뢰자의 대만족으로 끝이 나는가 싶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갑작스레 밀어닥친 비의 기운이 히나를 덮친다. 공중에서 부유하던 히나는 어느새 다시금 땅으로 돌아와 있었지만 몸이 일부분은 이미 물처럼 투명하게 바뀐 상태였다. 1년 전 일어난 신사에서의 신비한 일로 하늘과 이어진 히나. 그렇게 맑음 소녀이자 날씨의 무녀가 된 히나는 날씨가 맑아지는 만큼 자신도 점차 흐릿해져 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사히 의뢰를 마치고 18살의 생일을 맞이하는 히나에게 선물로 준비한 반지와 함께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던 호다카의 계획은 이런 난데없는 히나의 변화에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위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호다카가 양아치를 위협할 때 사용했던 총의 출처를 찾기 위해 움직이던 경찰들까지 히나의 집으로 찾아오고 만다. 이미 상당 부분 수사망을 좁힌 다음이라 그런지 호다카가 K&A 플래닝에서도 기거하고 있단 정보는 물론 히나의 집에 출몰하고 있다는 것 역시도 파악된 뒤였다. 히나와 나기도 행정당국의 감시 아래 조만간 위탁가정으로 뿔뿔이 흩어질 조치가 취해질 상황. 한쪽은 경찰의 수사에 한쪽은 공무원의 집행에 그들만의 단란한 생활이 무너질 판이었다. 경찰과의 트러블을 최대한 피하고자 자신에게 귀가를 권하는 스가를 떠나보내고 히나의 집으로 돌아온 호다카는 이젠 공무원을 피해 집을 떠나려고 하는 나기 남매와 같이 도망칠 결심을 한다. 뚜렷하게 갈 곳을 마련하지 않은 정말이지 아이처럼 대책 없는 행보였지만 불안한 만큼 호다카와 히나, 그리고 나기에게 있어서 서로 함께 있다는 안도감 역시 컸다.

따뜻했던 하룻밤

도망의 끝에서 간신히 닿은 곳은 돈이라면 수상한 자라도 받아주는 모텔이었다. 누구보다도 안전한 곳에 있어야 할 이들이 어른들의 추격으로 인해 가장 수상한 곳에서만 머무를 수 있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세 사람은 서로에게 허락된 시간이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직감적으로 느낀 것 마냥 너무나 즐겁고도 단란한 한 때를 보낸다. 이윽고, 서로가 잠을 청하기 위해 누우려 할 때 호다카는 히나에게 선물을 건넨다. 선물을 받고 기뻐하는 히나. 그러나 그녀는 곧이어 묘한 말을 던지는데.. "호다카는 이 비가 멎기를 바라?" 히나는 이제 호다카에게 거의 투명해진 자신의 몸을 보여준다. 날씨를 맑게 할 때마다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는 히나는 자신이 곧 없어질 것임을 느끼고 홀로 남을 나기를 부탁한다. 그러나 호다카는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면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히나를 껴안으며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 흐느끼는 호다카를 안아주는 맑음 소녀의 눈에는 때아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애틋한 그날의 밤이 끝나고 호다카에게 찾아온 것은 언제나 옆에 있었던 히나의 미소가 아닌 문틈 사이로 스며들어와 몰래 잠긴 눈을 찌르는 날카롭기 그지없는 아침의 햇살이었다. 

사라져 버린 소녀

호다카는 알아차린다. 비가 멈추고 날이 개였다는 것은 히나가 사라졌다는 분명한 증거라는 사실을. 때마침 경찰이 들이닥치며 호다카를 붙잡는다. 짧았던 도피행의 끝이었다. 경찰서로 이송되는 차 안에서 호다카는 놀라운 이야기를 하나 듣는다. 지금까지 자신보다 2살 연상이라고 생각했던 히나가 사실은 한 살 어린 15살의 소녀였다는 이야기였다. 이제 막 사랑이란 것을 알았건만 연인으로서는 물론 심지어 자신보다 어린 그녀를 지켜주지도 못했다는 자책감에 호다카는 다시금 흐느낀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구해내겠다고 결심한다. 그녀가 날씨의 무녀가 된 1년 전의 그 신사, 그녀와 처음 만난 옥상의 그 신사에서라면 제물로 바쳐진 그녀를 분명 만날 수 있을 것이 확신했다. 이제 호다카는 가출을 넘어 탈주를 감행한다. 자신을 연행한 경찰들이 방심한 틈을 타 경찰서 바깥으로 달려 나간다. 탈주 도중에 만난 K&A 플래닝의 동료 나쓰미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폐건물에 당도한 호다카. 이미 그곳엔 스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 너에게..

바깥에 몰려든 경찰들을 통해 호다카가 탈주했단 사실을 안 스가는 그에게 자수를 종용한다. 하지만 어떻게든 옥상의 신사로 올라가 히나를 구해낼 생각밖에 없는 호다카에게 이런 제안은 일절 통하지 않았다. 어느새 그들이 있는 곳으로 올라온 경찰. 자신을 막아서는 어른들의 위협에 호다카는 결국 또다시 총을 꺼내고 만다. 상황은 정말이지 일촉즉발. 단지 히나를 한 번만 더 만나보고 싶었을 뿐이라며 울부짖는 호다카. 총을 내던지며 옥상으로 향하는 호다카를 경찰이 붙자는데 성공하지만 히나를 향한 호다카의 진심을 깨달은 스가가 나서 호다카를 구해 준다. 어느새 도망쳐온 나기 역시도 호다카를 엄호하며 어서 빨리 누나를 구해달라고 요청한다. 모두의 지원을 받으며 옥상 위 신사로 올라간 호다카는 간절한 염원으로 신사의 문을 지나친다. 그리고 창공만이 가득한 바로 그곳에서 초원에 살포시 누워있는 히나를 발견한다. 두둥실 떠다닌 끝에 겨우 손을 마주한 두 사람. 다시는 절대로 이 손을 놓지 않을 거란 마음과 함께 두 사람은 비를 머금은 먹구름을 지나 눈이 부시게 푸른 하늘을 가로지른다. 자신이 돌아가면 다시 날씨가 흐려질 거란 히나의 말에 호다카는 거침없이 외친다. "두 번 다시 맑지 않아도 괜찮아. 푸른 하늘보다 히나 네가 더 좋아." 폭우를 가득 품은 운룡이 옥상의 신사를 강타하고 도쿄는 다시 비의 도시로 바뀐다. 거침없이 내리는 비 사이로 잠들 듯 누운 채 옥상 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두 사람..

다시 돌아온 비가 내리는 도시

3년 후, 그 날 내린 비는 3년이 지나서도 그치지 않았다. 쉬지 않고 내린 비로 도쿄는 점차 잠겨 갔다. 강제적으로 가출을 끝낸 호다카는 다행히 별다른 문제없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총기소지와 탈주, 경찰관 폭행이라는 중죄가 있었지만 미성년이라 그런지 관대한 조치가 내려진 결과였다. 이제는 정정당당한 도쿄로의 상경을 위해 노력하던 호다카는 도쿄로의 진학에 성공하게 된다. 3년 만에 다시금 마주한 비의 도시.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침수된 도처를 보며 호다카는 내심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 그를 보며 이제는 어엿한 회사의 사장으로 변해있던 스가는 "너희들 때문이 아니야. 세상이란 원래부터 이랬어."라고 말한다. 히나를 만나기 위해 언덕길을 오르던 호다카는 저 멀리서 어딘가에 기도를 올리고 있는 소녀를 보게 된다. 3년 전, 그들은 분명 세상을 바꿨고 자신이 그녀와 함께일 수 있는 이 세계를 선택했음을 후회하지 않았다. 히나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는 호다카. 예전의 약속처럼 그녀와 다시금 손을 마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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