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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 흥행의 첫 단추 꿈의 혈귀술

by 수줍은청년 2023. 3. 6.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

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 줄거리 스토리 리뷰를 진행해 보려고 한다. 일본최고의 흥행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국내팬들의 관심도 만만치 않다. 쉽게 가시지 않는 극장판의 여운을 좀 더 느껴보고자 준비한 리뷰이다.

흥행의 첫 단추

무한열차의 시작. 짧은 시간 동안 수십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열차의 미스터리. 도깨비의 소행을 조사하기 위해 염주 렌고쿠 코쥬로가 파견되고, 이때 맞춰 이제 막 신입의 티를 벗은 탄지로 일행은 히노카미 카구라의 비밀을 알고자 쿄쥬로와 함께 이 무한의 질주를 약속한 사고의 열차에 탑승한다. 앞으로의 무서운 사건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 듯 난생처음 열차에 탑승한 주인공 탄지로 일행은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다이쇼 시대라는 상황은 일본 근대화의 명암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배경이었다. 급격한 사회변화와 함께, 온갖 신문물이 넘치는 세계는 산골의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던 주인공 일행에게는 신기할 뿐이었다. 그리고 신문물의 최고봉은 역시 열차. 근대화를 보여주는 표식이자, 일본인들에게 지금까지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열차라는 소재는 어찌 보자면 흥행의 첫 단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일본 문화에 매우 친숙한 배경이기도 하다. 단순한 외형뿐만이 아니라 동서로 길게 드리운 일본의 지형상, 철도가 가진 의미는 일본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낭만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주인공 일행에게 모습을 드러낸 렌고쿠 쿄쥬로 역시 귀살대의 염주라는 다소 무거운 위치를 가볍게 던져버리고 맛있게 도시락을 먹는 편한 모습까지 보여준다. 렌고쿠 쿄쥬로는 지금까지도 일본인들이 마음에 닿는 반가운 장면을 연출하며 포근한 첫인상을 주인공 일행에게 안겨준다. 영화는 그렇게 열차에 가진 긍정적인 이미지를 관객들에게 보여준 뒤, 한층 고조된 긴박한 세계 속에 관객들을 몰아넣게 된다.

꿈의 혈귀술

위험한 열차라는 제보는 틀린 것이 아니었다. 작품 초반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수많은 희생자를 낸 열차의 비극을 엿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손쉽게 제압되는 도깨비를 앞에 두고 관객들은 귀살대의 강함에 감탄해야 할지, 혹시 모를 속임수에 걱정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사실 이 열차는 끝을 모르는 나락으로 달려 나가고 있었다. 너무나도 평화스러운 일면의 뒤에, 살기의 소용돌이가 숨어있었다. 이 열차는 이미 하현 엔무의 손아귀에 떨어진 상태였다. 꿈속 외에는 행복을 찾을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을 인질로 삼아 절망의 마음을 날카로운 살의로 바꾸어 귀살대원의 파멸을 얻으려 하는 잠의 또깨비 엔무. 엔무는 꿈의 혈귀술을 통해, 탄지로와 그의 동료 그리고 염주 쿄쥬로의 꿈속에 침입하여 그들의 정신을 파괴하려고 한다. 누구도 이러한 살의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엔무는 야비할 정도로 치밀하게 각 대상자들에게 행복한 꿈을 선사한다. 달콤한 덫이자, 뿌리치기 힘든 안식이었다. 행복한 꿈에 목말라하는 이들을 부추겨 귀살대원의 꿈에 잠입한 엔무는 귀살대원 각자의 꿈을 조작하며 자신의 은밀한 마수를 뻗어낸다. 그렇게 탄지로, 젠이츠, 이노스케, 쿄쥬로의 꿈들이 보인다. 따스하고 유쾌하며 마냥 행복하게 보이는 그들의 꿈은 꺼지지 않고 계속될 것 같은 무한의 안식이었다. 그러나 자연적인 꿈의 안식과는 달리 엔무의 혈귀술은 음울하고 사악한 악의가 가득 찬 기만의 술책일 뿐이었고 귀살대원들은 조금씩 꿈속에서도 이러한 위험을 눈치채기 시작한다. 그 중심에는 탄지로의 꿈이 있었다.

베어야 할 것

탄지로의 꿈은 행복과 슬픔을 모두 보여주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나기 전, 탄지로는 일말의 위화감 속에서도 가족들과의 평범한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가 그토록 원하는 꿈은 눈물겹게도 그저 예전의 일상이었다. 도저히 허락될 것 같지 않던 탄지로의 행복한 일상은 위기감을 감지한 본능적인 의식의 반발로 꿈틀댄다. 또한 잠들지 않았던 네즈코 역시, 오빠 탄지로의 위기를 눈치채고 필사적으로 그를 깨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결국 탄지로는 이 세계가 꿈의 허상임을 알아낸다. 모두가 잠들고 있는 열차 안에서 도깨비의 위협이 동료들을 해칠 수 있기에 탄지로는 어서 빨리 꿈에서 깨어나려 노력한다. 그리고 그때 꿈속의 가족들과 다시 마주친다. 가족들을 두고 떠나가려는 탄지로, 그런 탄지로에게 매달리는 가족들은 가슴 찢어지는 구도를 그려냈다. 울먹거리며 형을 붙잡는 동생을 보며 탄지로는 다짐한다. "절대 잊지 않아. 어떤 때이건 마음은 곁에 있으니까. 그러니 부디 용서해 줘." 그렇게 거짓의 허상으로 옭아맨 꿈의 덫을 깨뜨려버리기 위해 탄지로는 가족을 뒤로하고, 거친 설원의 한복판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간다. 잠시 후 들려오는 아버지의 목소리. 베어야 할 것이 있다는 아버지의 말속에 탄지로는 꿈속에서 빠져나올 단서를 발견하고, 힘껏 자신의 목을 그어낸다.

잠에서 깬 탄지로

잠에서 깬 탄지로는 이대로 동료들을 깨우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엔무를 찾아 나서 제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객차의 덮개 위로 올라간 탄지로는 바로 엔무를 발견한다. 엔무의 도발은 여기서도 그치지 않았다. 엔무는 건드려선 안 될 사람을, 건드려선 안 될 방법으로 이용한다. 주인공 탄지로에게 금기와도 같은 가족들을 이용하며 악몽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은 탄지로의 투지를 더욱 불타게 할 뿐이었다. 가족들이 내뱉는 거짓의 원망에 탄지로는 흔들리지 않았다. 기만의 거짓말을 베어 버리듯 호쾌한 일격으로 엔무를 공격한 탄지로. 그러나 엔무는 목이 베어져도 죽지 않았다. 이미 열차와 한 몸이 된 엔무는 오히려 탄지로를 조롱하며 열차의 승객들 모두 죽이겠단 위협을 서슴치 않았다. 엔무 자체가 열차가 되어 주인공 일행과 염주를 비롯한 승객들을 위협하는 상황. 곤란한 상황 속에서 역시나 염주 쿄쥬로는 빠른 결단을 내린다. 엔무를 공격함과 동시에 사람들을 구한다. 얼핏 보면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지만 현재 귀살대의 전력을 잘 이용하면 분명히 가능한 일이었다. 승객들의 안전을 지켜내며 열차의 폭주를 막는 일은 매우 중요했기 쿄쥬로는 본인과 젠이츠, 그리고 네즈코의 힘까지 빌려 승객들 쪽으로 향한다. 승객들을 구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있는 열차 자체를 엔무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를 해치우지 않으면 모두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었다. 비록 엔무가 열차와 융합한 상태이지만 도깨비는 어떠한 형태로든 급소가 있음을 염주 쿄쥬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탄지로와 이노스케는 쿄쥬로의 지시에 따라 엔무의 급소를 베기 위해 또 다른 경로로 적을 찾아 나선다.

하현 1과의 전투

하현 1 엔무는 직접적인 공격보다도 상대의 정신에 영향을 주는 혈귀술에 능했다. 꿈을 이용하여 정신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끊임없는 잠의 세계로 상대를 빠지게 하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멧돼지의 탈을 쓰고 있어 눈을 마주치고 시전 하는 엔무의 혈귀술에 저항하는 이노스케와는 달리, 탄지로는 엔무의 수면혈귀술에 번번이 정신을 잃고 잠에 빠진다. 그때마다, 탄지로는 꿈속의 자신을 채근해 가며 꿈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탄지로는 꿈속에 빠질 때마다, 힘껏 자신을 베어가며 잠의 나락에서 헤어 나온다. 비록 가상이라도, 자신의 목을 베는 몹시도 고통스러운 결의가 있어야 했지만 이미 지옥 같은 과거의 참상 속에 가슴을 짓누르는 가족들의 거짓 원망까지 겪은 탄지로였다. 스스로의 목을 베는 각성의 순간이 오히려 가족들의 차가운 비난보다 손쉬웠을지도 모른다. 결국 일반인이라면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는 잠의 혈귀술로부터, 탄지로는 믿기 힘들 의지를 보이며 또렷한 정신을 점차 부여잡는다. 그렇게 본체의 급소가 있는 기관실로 침투한 탄지로와 이노스케는 화려한 콤비플레이를 펼치며 엔무의 공격을 이겨낸다. 끝까지 평범한 사람처럼 이용해 가며 탄지로와 이노스케를 방해하려는 엔무였지만, 더 이상 시간을 끌면 객차의 승객을 구하려는 다른 귀살대원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기에 탄지로와 이노스케는 모든 힘을 끌어서 엔무를 상대한다. 엔무의 급소는 단단한 껍질 속에 숨겨진 상태. 이를 벗기기 위해 이노스케는 맹렬한 공격을 해보지만, 잠깐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살덩이의 껍데기가 벗겨진 급소를 두텁게 감싸버렸다. 빠른 순간의 협공만이 적을 물리칠 유일한 길. 둘은 서로의 작전을 교환하고 사람들의 행복을 농락한 에무에게 정의의 응징을 가한다. 이어서 빠르게 가해지는 이노스케의 맹공. 다시금 드러난 급소를 앞에 두고 탄지로는 히노카미 카구라의 해의 호흡으로 강렬한 검선을 에누에게 찔러 넣는다. 엔무가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을 통해 탄지로의 공격이 정확하게 들어갔음을 알게 된다. 엔무가 내뿜은 한 때의 악몽은 새벽의 안개와 같이 흐릿하게 사라져 간다. 그와 함께 무한열차 역시 기괴한 폭음을 내며 탈선한다.

상현 3 VS 염주 렌고쿠 쿄쥬로

싸움이 끝이 났다. 귀살대원들은 저마다의 활약을 통해 무한열차를 조종하는 엔무를 처지하고 탑승객들을 구했다. 전투의 출혈 속에 심신이 지친 탄지로는 위급한 상황이긴 하지만, 염주 쿄쥬로의 지도하에 조금씩 의식을 되찾는다. 하지만 위험은 지금부터였다. 승객들을 볼모로 잡고, 꿈을 통해 귀살대를 농락하던 엔무의 무서운 힘도 지금 나타난 이 자 앞에서는 한없이 가벼운 위험일 뿐이었다. 쓰러진 무한열차의 옆으로, 십이 귀월의 상현. 아카자가 등장한 것이다. 아카자에 맞선 것은 염주 렌고쿠 쿄쥬로. 둘은 본능적으로 서로의 강함을 느꼈는지, 다른 것은 염두에 두지 않고 곧바로 전투에 돌입한다. 상현 3 아카자의 공격은 지금까지의 도깨비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힘이면 힘, 속도면 속도, 정확도면 정확도. 불사의 몸을 지닌 채,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투지로만 메운 그야말로 두뇌를 전투로 가득 채운 도깨비의 공격이었다. 투지라면 염주 쿄쥬로 역시 한 수도 접어주려 하지 않았다. 비록 인간이지만 목숨을 다해, 오히려 인간이기에 목숨을 바쳐 싸울 기개로 아카자를 대적했다. 오랜만의 호적수를 만났기 때문인지 아카자는 쿄쥬로에게 도깨비가 되길 권유한다. 죽지도 않은 채, 영원토록 싸우길 원하는 전투의 집념을 보여주는 권유였다. 그러나 공허의 전투의지를 삶의 목적으로 삼는 아카자와는 달리, 쿄쥬로에겐 강함을 추구하는 다른 목적이 있었다. 바로 강자로서 약자를 지키는 것. 그가 강해져야 하는 것은 약자를 지키기 위해서일 뿐, 그저 허무하기만 한 강함 자체를 손에 넣기 위함은 아니었다. 쿄쥬로는 아카자를 비웃으며, 그의 권유를 냉정히 거절한다. 도깨비가 되지 않으면 죽음뿐이라는 아카자의 일갈 속에, 다시금 전투는 이어진다. 불꽃의 호흡은 흡사 타오르는 불길과 같이 아카자의 주변을 휘몰아치고 아카자의 파괴술식은 맹렬한 바람이 되어 쿄쥬로의 공격을 감싸 올렸다. 일진일퇴의 공방 속에, 주변을 압도하는 살기는 탄지로와 이노스케 모두에게 전해진다. 그 누구도 함부로 전투에 끼어들 수 없는 상황. 결국 쿄쥬로와 아카자는 서로를 상대하기 위한 최후의 일격에 돌입하게 된다. 일대의 격전은 끝을 향해 달려 나갔다. 격돌하는 둘의 주변에는 시야를 가리는 흙먼지뿐, 점차 사라져 가는 흙먼지 사이로 탄지로와 이노스케가 보는 장면은 믿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아카자의 급소를 채 내려치지 못한 쿄쥬로의 손은 일륜도와 함께 하늘을 향해 있었다. 그와는 달리 아카자의 강철 같은 손은 있어서는 안 될 자리, 바로 쿄쥬로의 등을 관통한 채로 있었다. 죽음을 직감한 쿄쥬로는 온 힘을 다해 일륜도를 내려친다. 믿을 수 없는 그의 힘을 막고자 아카자는 남은 한 손으로 쿄쥬로의 머리를 날려 버리려 하지만 쿄쥬로 역시 이를 놓치지 않고 남은 손으로 아카자의 팔을 낚아 챈다. 동녘의 햇살은 소리 없이 떠오르고 있었다. 쿄쥬로는 떠오르는 태양이 자신이 바라보게 될 마지막 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마지막을 아카자와 함께 하기 위해, 쿄쥬로는 분기를 끌어올리며 아카자의 손을 꼭 잡아 쥔 채 놓치 않았다. 당황한 아카자는 죽음의 공포를 이기지 못했다. 결국 스스로 팔을 잘라내는 수모를 감당하면서 도망을 친다. 염주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결코 나쁘지 않은 수확이지만, 도깨비의 몸으로 죽어가는 인간에게 도망쳐야 한다는 것은 싸움을 위해 인간이길 포기한 아카자가 택할 길은 결코 아니었다. 도망치는 아카자의 뒤에서, 탄지로는 그의 비겁함에 절규를 하지만 냉정하게도 전투의 결과는 뒤바뀌지 않았다. 아카자는 살아남았고, 쿄쥬로는 죽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유언

렌고쿠 쿄쥬로는 마지막 이야기를 탄지로와 나눈다. 쿄쥬로는 탄지로가 찾던 해의 호흡에 대한 가문의 전승을 말해 주고, 본가에 남아있을 동생에게는 동생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길 당부한다. 쿄쥬로가 가장 닮고 싶어 했었던, 그리고 가장 인정받고 싶어했었던 아버지에게는 몸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란 말을 남긴다. 스스로의 목숨을 내어버린 아들이 아버지에게 전하는 말로 어울리진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진심이 느껴지는 유언이었다. 쿄쥬로는 도깨비가 된 네즈코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여질 지도 염려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네즈코의 모습을 통해 쿄쥬로는 네즈코를 귀살대원으로 인정해 줌과 동시에 탄지로에게 가슴을 펴고 당당히 살아가라고 응원한다. 그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슬퍼하는 탄지로와 이노스케에게 쿄쥬로는 다시금 귀살대의 주란 후배의 방패가 되어 생명을 지켜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처럼 귀살대의 주가 되어 귀살대를 지탱해 달라고 부탁한다. 쿄주로의 말에는 일말의 회환이나 아쉬움은 보이지 않았다. 자신에게 부여된, 비로소 끝이 보이는 길고 긴 여정을 무사히 잘 완수했다는 안도감만 있을 뿐이었다. 쿄쥬로의 강함은, 더 큰 강함을 낳을 수 있는 씨앗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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